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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축구/해외축구 칼럼

[Opta Analyst] 왜 아스날의 카이 하베르츠 영입은 말이 되는가

아스날 유니폼을 입게 된 카이 하베르츠

 아스날과 하베르츠는 서로를 원했고, 이적은 성사되었다.

 

 끔찍한 시즌을 보냈던 첼시를 하베르츠가 떠나고 싶어했다는 사실은 이해가 가지만, 아스날이 왜 그의 영입을 이토록 열망했는지에 대해선 다소 의아할 수밖에 없다.

 

 그가 첼시 소속으로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보낸 3년은 쉽게 평가하기 어렵다. 그는 이번 여름 팀을 떠나며 첼시에서의 기록을 139경기 출전 32골 12어시스트로 마무리했다. 2021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과 2022 클럽 월드컵 결승전에서의 결승골과 같이 굵은 족적을 남기기도 했으나, 레버쿠젠에서의 활약에 따른 기대에 100% 미치지 못한 것 또한 자명한 사실이다. 

 

  보도된 바와 같이, 6500만 파운드의 이적료는 아스날에게 결코 저렴하지 않다. 데클란 라이스의 이적이 임박했음을 고려했을 때, 그의 영입은 클럽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영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것과는 별개로, 이번 이적의 가장 큰 의문점은 바로 '하베르츠에게 가장 적합한 포지션은 어디인가?'일 것이다. 그의 주 포지션은 명확하지 않다. 첼시에서 주로 수행했던 9번 롤인가? 아니면 독일에서 그에게 성공을 가져다 준 10번 롤인가?

 

 그러나, 우리는 잘못된 의문을 가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아스날에서 어느 포지션을 소화할 것인가?'이다. 물론, 이 의문에 대한 답도 명확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빅 클럽이 스쿼드를 구성하는 데 내세우는 기치는 더 이상 '가장 강력한 선발 라인업을 구성하자'가 아니다. '가장 강력한 스쿼드를 구성하자'가 요즘 빅 클럽들이 중시하는 바이다. 아스날은 다음 시즌부터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한 힘든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또한 지난 시즌 막판의 부진으로 인해 맨시티에게 리그 우승을 빼앗겼다는 점도 뎁스 강화의 필요성을 부각한다. 

 

 하베르츠와 같은 선수의 영입은 스쿼드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줄 수 있다. 지난해의 맨시티가 보여줬듯이, 빅 클럽들은 강력한 스타팅 XI 뿐만 아니라 그에 버금가는 백업 선수들을 필요로 한다. 이 측면에서 하베르츠의 범용성(유틸리티성)은 아스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베르츠의 레버쿠젠 시절 포지션 맵
하베르츠의 첼시 시절 포지션 맵

 앞서 말한 것처럼 가장 중요한 것은 "아스날은 그를 어느 포지션에 활용할 것인가?"이다.

 

 위의 두 번째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그는 첼시 시절 3년의 기간동안 65% 정도를 9번 자리에서 뛰었다. 그의 성적이 말해주듯이, 이러한 기용은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는 프리미어리그에서 90분당 0.39의 XG값과 이에 못 미치는 0.29골을 기록했는데, 이는 골스코어러에 대한 전형적인 기대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이러한 기용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는 첼시에서 생전 경험해 본 적 없는 퓨어 스트라이커로서의 역할을 부여받았고, 이는 공격 작업에 대한 큰 부담을 의미했다. 마땅한 대안이 없었기에 램파드, 투헬, 포터 등의 감독들은 하베르츠에게 이 롤을 강제했다. 티모 베르너는 기대에 못 미쳤고, 로멜로 루카쿠도 마찬가지였다. 아르만도 브로야는 부상 이슈가 있었다. 

 

 하베르츠는 스스로를 대략 미드필더라 칭하지만, '박스 안으로 침투하는 플레이를 즐긴다'라고도 말한다. 훈련에서도 정통 스트라이커보다는 폴스 나인 포지션에서 더 높은 숙련도를 보인다.

 

 그렇다면, 아스날에서 그의 플레이에 대한 여러가지 상상이 가능해진다. 연계 작업에 깊게 관여해 자신의 기술을 이용해 부카요 사카나 가브리엘 마르티넬리와 같은 윙어들에게 볼을 배급할 수도 있다. 아니면 그를 레버쿠젠 시절처럼 세컨 스트라이커로 기용하는 방안 또한 충분히 현실적이다.

 

 물론, 미드필더진의 일원으로서 활용되는 그림도 그려볼 수 있다.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하베르츠의 기술적 능력으로 인해 그가 다양한 역할과 포지션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단에 있는 그의 독일 시절 포지션 맵이 이를 방증한다. 

 

  어느 위치에 활용되든 간에, 볼 소유 시의 안정감과 주변 선수들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연계 플레이는 하베르츠의 강점이다. 지난 시즌 PL에서 단 2명의 스트라이커(케인, 트로사르)만이 카이 하베르츠(33회)보다 오픈 플레이 상황에서 더 많은 기회를 창출했다. 오직 대니 웰벡(82.9%), 훌리안 알바레즈(80.7%), 호베르투 피르미누(79.5%)만이 압박 상황에서 하베르츠(78.1%)보다 더 높은 패스 성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두 수치는 그의 수준 높은 연계 능력을 보여준다. 

 

  그는 또한 공중볼에 장점이 있으며, 이는 아스날에 큰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통 타겟맨은 아니지만, 하베르츠는 공을 따내기 위해 충분한 힘과 키를 갖고 있다. 수비수들을 제외했을 때, PL에서 오직 3명의 선수(수첵, 이반 토니, 미트로비치)만이 그보다 공중볼 싸움에서 더 많이 승리했다. 그러나 공중볼 싸움 성공률 자체는 57.2%로 앞서 나열한 3명의 선수들보다도 높다.

 

 그럼에도, 그의 가장 큰 장점은 아마 오프 더 볼일 것이다. 그는 완벽한 움직임을 가져가며, 공간에 대한 탁월한 센스를 통해 풀백의 크로스를 마무리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는 이러한 플레이를 자주 가져가며, 레버쿠젠 시절에는 마치 같은 골 장면이 반복되는 것처럼 느껴졌을 정도였다.

 

이 장면에서 하베르츠는 공간을 탐색하며 다소 늦게 박스 안으로 파고들어가 마무리한다.
이 장면에서 하베르츠는 수비수들 사이의 공간을 찾아내 득점에 성공한다. 브란트가 공을 잡기도 전에 패스를 요청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장면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뛰어난 스피드로 자신의 마크맨을 따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위와 같이 파이널 써드 지역으로 침투하는 움직임은 지난 시즌 첼시에서도 위력적이었다.

 

  아래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지난 시즌 카이 하베르츠는 모든 달리기 부문에서 PL 전체 두,세 손가락 안에 들었다. 

 

 이러한 그의 능력을 고려했을 떄, 하베르츠가 다소 늦게 박스 안으로 침투하여 마르티넬리나 사카의 컷백을 받아 마무리하는 모습은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볼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도 하베르츠는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아르테타의 전술에서 핵심적인 부분이 바로 전방 압박인데, 하베르츠는 전방 압박 능력 또한 우수하다. 지난 시즌 첼시에서 카이 하베르츠는 코너 갤러거 다음으로 가장 높은 압박 수치(90분당 26.7회)를 기록했다. 범위를 공격수로 좁히면, 엘링 홀란드와 도미닉 솔란케만이 하베르츠보다 더 많은 파이널 써드 지역에서의 압박 횟수를 기록했다. 

 

 하베르츠는 아직 24세에 불과하며, 어린 재능들을 영입하려는 아스날의 영입 기조에도 부합한다. 통상적으로 PL과 챔피언스리그 경험이 풍부한 24세의 선수는 흔하지 않고 당연하게도 그 선수는 많은 클럽들의 타겟이 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아스날이 그를 영입한 것으로 보인다. 

 

Why Kai Havertz to Arsenal Makes Sense | The Analyst